Wednesday, August 29, 2007

"절대온도 36.5"

"물은 100도에서 끓고
쇳덩이는 1500도에서 녹는다고 합니다.

물이 끓어야 음식이 익고
쇠가 녹아야 그릇을 만들 수 있습니다.

익은 음식이어야 다른 이들을 배불릴 수 있고
잘 만들어진 그릇이어야 비로소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.

작가가 먹을 갈고 물감을 풀어 작품을 만드는 것은
어쩌면 이와 매우 흡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.

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잘 갈린 먹과 곱게 풀린 물감이 있어야겠지요.
그렇다고 먹이 아무 때나 잘 갈려 그윽한 빛을 내고
물감이 언제나 곱게 풀리는 어떤 온도가 있게 마련이겠지요.

만약 그 온도가 낮으면 먹은 쉬 갈리지 않아 탁할 것이여
물감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온전한 제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.

또 지나치게 뜨거우면 먹빛은 상하게 되어 맑음은 사라지고
물감은 성질이 변하여 제 빛을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.

아마 먹이 제일 잘 갈리고 물감이 가장 온전히 제 빛을 내는 절대 온도는
바로 인간의 체온, 36.5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.

체온은 솔직한 느낌이고 진실한 감동입니다.
만약 작가의 체온이 낮으면 생명력 없이 죽은 껍데기 속에
갈리지 않은 먹과 제대로 풀어지지 않아 날 것 같은 색들만 가득할 것입니다.

반대로 지나치게 뜨거우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방종으로 흐르게 되어
어리석은 치기와 헛된 용기만이 무성한 혼란스러움으로
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기반하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.

늦은 밤 홀로 조용히 앉아 스스로 물어 봅니다.
내가 혹시 지나치게 뜨거운 것은 아닌지
아니면 지나치게 차가운 것은 아닌지....

가슴은 그저 미지근할 뿐입니다."

-절대온도 36.5 by 김상철

interesting...

kimmy.

No comments: